90년대 감성의 상징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 흑인 음악의 진한 감성을 처음으로 전한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솔리드(Solid).
그들이 남긴 음악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 감정의 기록이다. ‘이 밤의 끝을 잡고’,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같은 노래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사랑의 순간과 이별의 기억을 함께 불러내는 명곡으로 남아 있다.
20년 넘는 침묵을 깨고 다시 무대에 오른 그들의 귀환은 추억을 넘어 진정한 음악의 복귀였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90년대 R&B의 시작을 알리고 지금까지 우리 기억 속에 박제되어 있는 솔리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1. 흑인 음악의 한국화. 솔리드의 등장 - 1993~1996
90년대 초반 한국 대중음악은 발라드와 댄스 중심의 흐름 속에 있었습니다. 그 틈을 가르고 깊고 부드러운 감성으로 등장한 그룹이 바로 솔리드(Solid)였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멤버 세 명이 모여 결성된 이 그룹은 당시 국내에 낯설었던 R&B와 소울을 정제된 감성으로 풀어내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습니다.
1993년 데뷔 앨범 "Give Me A Chance"는 실험적인 시도였지만 본격적인 인기의 문을 연 것은 1995년 발표한 2집 "The Magic of 8 Ball"이었습니다. 그 안에 수록된 ‘이 밤의 끝을 잡고’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곡으로 감미로운 멜로디와 진한 감정선이 10대부터 30대까지의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이후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잠든 널 포켓속에’ 등의 연이은 히트곡으로 솔리드는 명실상부한 한국형 R&B의 선구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단지 외국 장르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닌 한국인의 정서에 맞춘 새로운 정통을 창조한 것이었습니다.
2. 조용한 해체, 그러나 지워지지 않은 여운 - 1997~2017
1997년 4집을 끝으로 솔리드는 공식적인 활동을 중단합니다. 이별을 알리는 기자회견도 마지막 무대도 없었습니다. 멤버들은 미국으로 돌아갔고 팬들은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솔리드를 마음속에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의 20년은 각자의 길을 걷는 시간이었습니다. 김조한은 솔로로 활동하며 R&B 보컬리스트로 자리를 굳혔고 정재윤은 작곡과 프로듀싱에 집중했으며 이준 역시 음악 외의 영역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희미해지는 듯했던 그들의 음악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수많은 리메이크와 커버 영상 속에서 '이 밤의 끝을 잡고'는 매번 다시 살아났고 팬들의 목소리는 결국 한 방향으로 모였습니다.
“솔리드, 다시 돌아와줘요.”
3. 재결합의 감동, 그리고 현재진행형의 전설 - 2018~현재
그리고 2018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솔리드가 21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신보"Into the Light"와 함께 선보인 콘서트는 순식간에 매진되었고 90년대를 추억하던 이들뿐 아니라 젊은 세대까지 그들을 반겼습니다.
이 앨범은 과거를 반복하지 않았습니다. 성숙해진 멤버들의 감정, 세련되게 재해석된 R&B 사운드, 그리고 그 속에 흐르는 ‘여전히 솔리드다운’ 정체성은 많은 이들에게 전율을 안겨주었습니다. 특히 ‘아주 오래된 연인들’, ‘Into the Light’ 등은 현대적인 사운드와 향수 사이를 절묘하게 잇는 작품으로 호평받았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유행을 쫓는 아이돌이 아닙니다. 그 대신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진짜 음악'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꾸준한 공연과 SNS를 통한 팬 소통으로 솔리드는 여전히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솔리드의 대표적인 히트곡
이 밤의 끝을 잡고 (1995)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1995)
천생연분 (1996)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1996)
잠든 널 포켓속에 (1996)
Best Friend (1996)
끝이 아니기를 (1997)
Into the Light (2018)
아주 오래된 연인들 (2018)
솔리드의 대표적인 수상내역
1995년 - KBS 가요대상, 본상
MBC 10대 가수 가요제, 10대 가수상
1996년 - 서울가요대상, 본상
MBC 10대 가수 가요제, 10대 가수상
1997년 - KMTV 가요대전, 본상
솔리드는 단순한 그룹이 아니다. 그들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 속에서 R&B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정착시키고 감성의 깊이를 확장시킨 존재다.
세대를 초월해 여전히 울림을 주는 이들의 음악은 오늘도 누군가의 밤을 지탱해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트렌드는 바뀌어도 진짜 음악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름 그게 바로 솔리드다.
다른 글도 확인해 보세요~^^
2025.05.09 -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 임창정 - 웃고 울리는, 그래서 오래 남는 사람
임창정 - 웃고 울리는, 그래서 오래 남는 사람
웃음과 눈물 사이에서 부른 인생의 노래 어떤 이들은 임창정을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부른다. 배우로, 예능인으로,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수로 살아온 그의 시간은 결코 한 가지 색으로는 설명
kallil100.com
2025.04.23 -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 조성모 - 시간을 노래한 남자
조성모 - 시간을 노래한 남자
그는 얼굴없는 가수로 불리우며 TV나 어떤 매체에도 나서지 않으며 ‘To Heaven’ 곡 하나만 세상에 던져놓았고 그 누구도 아는 이가 없었다.세상이 멈춘 듯한 노랫소리. 조성모라는 이름을 처음
kallil100.com
2025.05.02 -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 김정민 - 음악으로 분출된 감정. 그리고 여전히
김정민 - 음악으로 분출된 감정. 그리고 여전히
거칠고도 찬란했던, 불꽃처럼 노래하다.시간은 흐르지만 어떤 목소리는 오래도록 귓가에 남는다. 마치 낡은 테이프를 다시 감아 듣는 듯한 그 느낌. 김정민의 음악은 늘 그랬다. 어느 날 문득 라
kallil100.com
2025.05.04 -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 성시경 - 처음처럼, 지금처럼. 밤을 닮은 목소리
성시경 - 처음처럼, 지금처럼. 밤을 닮은 목소리
부드러운 밤의 목소리, 성시경의 시간성시경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문득 누군가의 기억 속에 조용히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의 목소리는 화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그만의 속도
kallil100.com
2025.04.20 -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 이문세 - 감성의 아이콘, 90년대 밤의 대통령
이문세 - 감성의 아이콘, 90년대 밤의 대통령
이문세는 대한민국 대중가요에서 단순한 가수 이상의 존재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해온 음악인입니다. 그의 음악 여정은 사랑과 이별, 시간의 흐름을 담은 곡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kallil100.com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싸이 - K-POP 신화의 중심에서 빛난 그의 음악 인생 (11) | 2025.05.15 |
---|---|
김종서 - 대한민국 록의 심장. (13) | 2025.05.15 |
설운도 - 트로트의 정통성과 감성을 잇다 (8) | 2025.05.14 |
태진아 - 트로트계 대부 (8) | 2025.05.14 |
송대관 - 해뜰 날을 기다린 남자 (9) | 2025.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