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인생을 닮다”
리쌍(Leessang)은 화려한 퍼포먼스 대신 진솔한 가사와 현실적인 메시지로 승부한 팀이다.
2002년 길과 개리라는 두 남자가 만들었던 힙합 듀오 ‘리쌍’.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두 남자의 조합이었지만 그들의 음악은 누구보다 솔직했고 감정에 가까웠다. '광대',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눈물'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그들의 노래는 지금도 사람들의 감성을 적신다.
음악이 때론 다정한 친구가 되기도 하고 때론 뼈아픈 고백이 되기도 하는 시대에 리쌍은 오직 음악으로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리쌍을 그리워하는 팬이라면 혹은 지금 처음 리쌍을 접하는 이라면 이 포스팅이 안내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1. 거리의 시인, 리쌍의 탄생과 독자적 음악 세계 - 2002~2005
2002년 가리온과 CB Mass로 대표되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계에 이질적인 팀 하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리쌍(Leessang). 멤버는 길(길성준)과 개리(강희건). 언뜻 보면 무대용 외모도, 전통적인 ‘힙합 퍼포먼스’도 없었지만 그들은 진짜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데뷔 앨범 "Leessang of Honey Family"는 큰 주목을 받진 않았지만, ‘천생연분’이라는 곡이 라디오를 타고 입소문을 타면서 리쌍의 음악적 가능성을 알렸습니다. 이후 두 번째 앨범부터 재즈, 소울, 블루스, 그리고 국악까지 장르를 확장하며 자신들만의 색을 완성해 나갔습니다.
리쌍의 특징은 사운드보다 ‘가사’에 방점이 찍힌 힙합이라는 점입니다.
“너는 나의 버팀목, 살얼음 같은 하루를 견디게 해” 같은 구절은 시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렸습니다.
이 시기 리쌍은 유명세보다 정체성 확립에 집중했고 점차 음악성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2. 리쌍 유니버스의 확장, 대중과의 교감 - 2007~2012
리쌍의 진짜 전성기는 5집 "Black Sun"(2007)과 6집 "Hexagonal"(2009)을 거치며 시작되었습니다.
'광대', '발레리노',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등은 대중의 감성과 완벽히 맞아떨어졌고 ‘리쌍 스타일’이라는 장르가 생겼습니다.
이 시기의 음악은 더욱 드라마틱해졌습니다. 이적, 윤미래, 정인, 백지영, 알리 등 뛰어난 보컬리스트들과 협업하며 완성도를 높였고 가사 한 줄 한 줄이 삶을 건너온 사람의 언어로 다가왔습니다.
“사람들은 다 그래 / 쉽게 잊고 쉽게 후회하지”
리쌍의 음악은 힙합임에도 불구하고 발라드보다 더 아프고, R&B보다 더 섬세했습니다.
또한 이 시기는 예능에서의 활동이 음악과 시너지를 이룬 시기이기도 합니다.
개리는 '런닝맨', 길은 '무한도전'을 통해 대중에게 친근한 얼굴이 되었고 이는 리쌍의 음악을 대중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음악적 순수성을 포기하지 않았고 “우리 노래는 가요지만 힙합의 심장으로 만든다”는 태도를 견지했습니다.
3. 침묵과 여운, 해체 없는 휴지기 - 2013~현재
2013년 발표된 8집 "Unplugged"는 리쌍 음악의 총집합 같은 앨범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함께한 '눈물', 정인의 감성이 녹아든 '겸손은 힘들어', 인간의 욕망을 노래한 'Rush'까지… 그들은 힙합이라는 틀을 넘어서 인간 내면을 노래하는 철학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리쌍의 행보는 점차 조용해졌습니다. 개리와 길의 각자 활동 그리고 개인적인 사건과 이미지 논란들이 겹치면서 팀 활동은 자연스럽게 멈췄습니다. 공식적인 해체 발표는 없었지만 두 사람은 리쌍이라는 이름 아래 다시 무대를 함께 한 적은 없습니다.
2017년 개리는 결혼과 동시에 방송에서 돌연 하차했고 음악 역시 독자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길은 여러 차례 음주운전 논란 이후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일부 방송을 통해 복귀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리쌍’이라는 이름으로의 복귀는 아직 감감무소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쌍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그 시절 내 마음을 대변해 준 목소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유튜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끊임없이 소비되며 새로운 세대에게도 힙합 이상의 감성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리쌍의 대표적인 히트곡
연도 | 곡명 | 앨범명 | 피처링 |
---|---|---|---|
2002 | 천생연분 | Leessang of Honey Family | 정인 |
2007 | 광대 | Black Sun | BMK |
2009 |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 | Hexagonal | 정인 |
2011 | 겸손은 힘들어 | Asura Balbalta | 정인 |
2012 | 눈물 | Unplugged | 유나 of AOA |
리쌍의 대표적인 수상내역
연도 | 수상 부문 | 시상식 |
---|---|---|
2009 | 최우수 힙합상 | 골든디스크 |
2010 | 베스트 그룹상 |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 (MAMA) |
2011 | 올해의 힙합/알앤비 | 멜론 뮤직 어워드 |
2012 | 베스트 콜라보레이션 | MAMA |
“우리는 아직도 리쌍을 듣고 있다”
리쌍은 힙합으로 시작했지만 그 끝은 삶을 노래하는 음악인이었다.
그들의 음악에는 꾸밈이 없었고 그래서 더 진솔했다. 그 진심은 시간과 세대, 장르를 넘어 여전히 유효하다.
비록 지금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리쌍이 남긴 감정의 잔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을 기다리는 이유는 아직 듣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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