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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015B - 대중음악의 조용한 개척자

by kallil 202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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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의 조용한 개척자

세상엔 노래보다 먼저 다가오는 음악이 있다. 
어떤 목소리를 떠올리기 전에 멜로디 하나만으로도 마음 한쪽이 묘하게 울리는 그런 음악. 나에게 015B는 그런 존재였다. 


보컬도, 장르도 예측할 수 없지만 매번 ‘그들 다움’을 잃지 않던 그룹. 지금 우리가 다시 그 이름을 꺼내는 건, 그들의 음악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포스팅할 015B는 처음 등장했을대 너무나도 매혹적인 팀이었습니다. 그들의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1. 탄생과 실험의 시간 - 1990–1994

 

 

 

1990년 한국 대중음악에 작지만 단단한 파문이 일었습니다. 이름조차 낯선 '015B'라는 프로젝트 그룹이 등장했을 때 많은 이들은 의아해했고 고정 멤버가 없는 그룹? 보컬이 바뀌는 앨범? 그러나 의문은 곧 매혹으로 바뀌었습니다.

015B는 무한궤도 출신의 정석원과 장호일이 결성한 그룹으로 ‘객원 가수’ 시스템을 도입한 최초의 사례 중 하나였습니다. 그들은 노래를 ‘부를 사람’이 아닌 ‘곡에 가장 어울리는 목소리’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 ‘텅 빈 거리에서’, ‘신인류의 사랑’, ‘아주 오래된 연인들’ 등 1~3집의 노래들은 보컬의 얼굴보다 곡 그 자체로 기억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015B는 마치 미래에서 온 음악 같았습니다. 당시에는 낯설었지만 돌이켜보면 이들이 만들어낸 감성과 사운드는 그 시대를 앞서 있었습니다. 대중성과 실험성을 공존시킨 음악. 그것이 바로 그들의 시작이었습니다.

 

2. 대중 속에서 피어난 예술 - 1995–2006

015B의 음악이 더욱 풍성해진 건 4집 이후부터입니다. 윤종신, 조성민, 김돈규, 이장우 같은 개성 강한 객원 보컬들과의 협업으로 이들은 다양한 장르를 유영했습니다. 
발라드, 펑크, 모던록, 심지어는 전자음악까지도 과감히 시도했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정석원의 섬세한 프로듀싱과 장호일의 감각적인 연주가 있었습니다.

5집의 ‘슬픈 인연’은 원곡보다 더 현대적이었고 6집 ‘The Sixth Sense’에서는 감성적인 내면을 풀어냈습니다. 당시 음반 시장이 아이돌 중심으로 변해가고 있었음에도 015B는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습니다. 
그들은 대형 방송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지만 음반과 음악만으로 대중과의 깊은 연결을 만들어갔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이들의 활동은 잠시 멈춘 듯 보였습니다. 그룹은 휴지기에 들어갔고 많은 이들은 그들을 '과거의 아티스트'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3. 고요하지만 단단한 현재 - 2007–현재

그러나 진짜 예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2006년 7집 ‘Lucky 7’으로 조심스럽게 복귀한 015B는 이전보다 더 단단해진 색을 입고 돌아왔습니다. 이후 'New Edition' 시리즈와 'The Legacy' 프로젝트를 통해 다시금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풀어갔습니다.

이제 그들은 한때의 스타가 아닌 하나의 장르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2010년대에는 정석원의 아들인 정찬우(aka Duckbaek)를 중심으로 젊은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이어가며 그들의 음악을 다음 세대로 확장해 나갔으며 ‘그녀에게 전화오게 하는 방법’, ‘혼술’, ‘나른해’ 같은 곡들에서는 옛 감성과 새로운 세대의 감각이 교차했습니다.

015B는 말 그대로 ‘진화하는 아카이브’입니다. 무대에 자주 오르진 않지만 그들의 음악은 늘 조용히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에 남아 있습니다. 
대중성과 예술성,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는 존재. 그것이 바로 015B라는 이름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일 것입니다.

 

015B의 대표적인 히트곡

텅 빈 거리에서 (1990)
아주 오래된 연인들 (1991)
신인류의 사랑 (1992)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1993)
슬픈 인연 (1994)
사랑해 (1996)
그녀에게 전화오게 하는 방법 (2012)
잠시 길을 잃다 (2013)
나른해 (2018)

 

015B의  대표적인 수상내역

1991년 - MBC 10대 가수가요제, 신인상
1992년 - KBS 가요대상, 본상
              골든디스크, 본상
1993년 -  MBC 방송연예대상, 특별상
1994년 - 골든디스크 어워즈, 본상
              SBS 가요대전, 특별 기획상
1995년 - 서울가요대상, 제작자상 (정석원)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도 015B는 어딘가에서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겠지. 대중의 환호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를 향한 신념으로. 
한 시대를 만들어낸 이들이 다시 시대를 기다리는 방식 그것이 바로 015B의 현재다.

015B는 시대의 유행과 거리를 두면서도 늘 시대 한가운데 있었다. 그들의 음악은 거창하지 않았지만 조용히 내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그들을 추억의 이름이라 부르겠지만 나에게 015B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오늘도 그들의 음악은 내 플레이리스트 어딘가에서 조용히 재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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