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펑크록의 심장을 다시 두드리다
90년대 말 음악의 판을 뒤집은 이름이 있었다. 말달리자’ 한 곡으로 한국 펑크록의 판을 뒤흔든 밴드 크라잉넛.
홍대 앞 좁은 클럽에서 시작된 그들의 에너지, 거칠지만 따뜻한 사운드, 그리고 온몸으로 부딪쳐 만든 이야기들.
인디에서 시작해 록 페스티벌 헤드라이너까지 올라선 이들의 여정은 단순한 음악 활동을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세대를 상징하는 움직임이었다.
지금도 ‘원년 멤버 그대로’ 활동 중인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현재형이며 수많은 밴드와 팬들에게 영감을 주며 이제는 ‘전설’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은 이 밴드의 발자취를 조명해 보겠습니다.
1. 펑크의 깃발을 들다 - 1995~2003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하고 싶은 음악을 죽어라 하는 것뿐이었다.”
1995년 서울 동대문구의 평범한 친구들이 모여 만든 밴드. 다들 악기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했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정신’이었습니다.
1996년 '클럽 드럭'에서 데뷔 공연을 갖고 이후 인디계의 전설적 레이블 ‘Drug Records’의 대표 주자가 되었습니다.
1998년 발표한 첫 정규 앨범 "크라잉넛"은 말 그대로 '폭발'이었습니다. ‘말달리자’는 대한민국 펑크 역사상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곡이 되었고 '서커스 매직 유랑단'이나 '밤이 깊었네' 같은 곡은 클럽과 길거리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그 시절의 크라잉넛은 ‘음악이란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어설픔도 유쾌한 개성으로 바꾸는 그들의 음악은 기성 음악 산업의 틀을 깨부수는 해방구였습니다.
2. 대중 속으로, 그리고 그 너머로 - 2004~2013
“우리에게 펑크는 반항이 아니라 ‘자기답게 사는 것’이었다.”
크라잉넛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더욱 다채로운 음악적 색채를 드러냈습니다.
4집 "고물라디오"와 5집 "하수연가"에서 보여준 멜로디컬한 구성. 국악과 민요 리듬을 차용한 ‘룩셈부르크’, '서커스 매직 유랑단’은 그들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켰습니다.
대중성과 실험성을 모두 잡은 그들의 음악은 드라마 OST나 광고에도 삽입되며 인디를 넘은 '문화 아이콘'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2006년 ‘청춘’은 젊은 세대의 자화상이 되었고 ‘독립군가’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곡으로 오래 회자되었습니다.
이 시기는 크라잉넛이 ‘홍대 밴드’에서 ‘대한민국 대표 밴드’로 성장한 시점이었습니다. 수많은 록 페스티벌과 전국 투어, 심지어 해외 공연까지 그들은 무대 위에서 언제나 '진짜'였고 관객과 함께 부르짖는 자유의 노래였습니다.
3. 늘도, 내일도 크라잉넛답게 - 2014~현재
“우린 여전히 밴드로 살고, 무대에서 미친 듯이 논다.”
2010년대 중반부터 크라잉넛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비정기적 공연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색을 탐색했습니다.
2013년 7집 "FLAMING NUTS"를 마지막 정규 앨범으로 발표했지만 2018년 ‘명동콜링’과 2021년 ‘불놀이’ 등 디지털 싱글을 통해 지금도 ‘현재형 밴드’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이들이 여전히 ‘원년 멤버’ 그대로 활동 중이라는 것입니다. 거친 사운드 속에서도 유머와 삶의 철학을 잃지 않는 태도, 그리고 누구보다 무대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은 이제 후배 뮤지션들의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크라잉넛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마치 90년대 클럽 무대에서 그랬듯 이들은 또 한 번 말 달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크라잉넛의 대표적인 히트곡
연도 | 곡명 | 특징 |
---|---|---|
1998 | 말달리자 | 크라잉넛 대표곡, 한국 펑크의 상징 |
2000 | 밤이 깊었네 | 라이브 필수곡, 대중성 확보 |
2002 | 룩셈부르크 | 국악 리듬 접목, 독창적 시도 |
2006 | 청춘 | 드라마 삽입, 청춘의 상징 |
2021 | 불놀이 | 현역 밴드로서의 존재감 재확인 |
크라잉넛의 대표적인 수상내역
연도 | 수상명 | 특징 |
---|---|---|
2000 |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 | 인디밴드 최초 수상 |
2006 |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앨범 | 《하수연가》 기반 평가 |
2014 | 펜타포트 감사패 | 10년 연속 록페 참여 기념 |
2021 |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 | 인디 문화 활성화 공로 |
“펑크는 죽지 않았다. 크라잉넛이 살아 있으니까.”
크라잉넛은 단지 음악을 한 것이 아니라 한 시대를 살고 이끌어온 존재다.
그들은 대형 기획사도 방송 출연도 필요 없었다. 오직 자기만의 길로 여기까지 왔다.
지금도 무대에 서면 처음처럼 눈을 빛내고 관객과 함께 땀을 흘리며 노래한다.
그들의 음악은 단순한 펑크가 아니다. 삶에 지친 우리에게 잠깐이라도 어깨 펴고 웃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해방의 소리다.
다른 글도 확인해 보세요~^^
2025.05.26 -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 이승환 - 데뷔 30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전설의 기록
이승환 - 데뷔 30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전설의 기록
끝없는 비상을 노래하다 한국 대중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름 이승환. 단순한 발라드 가수를 넘어 음악성과 철학, 그리고 열정으로 무장한 그에게 ‘공연의 신’, ‘열정의 아이콘’
kallil100.com
2025.05.25 -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 박상민 - 록 발라드의 대명사, 그가 걸어온 길을 다시 듣다
박상민 - 록 발라드의 대명사, 그가 걸어온 길을 다시 듣다
변하지 않는 감성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허스키 보이스, 가슴을 울리는 감성 록 발라드의 대명사. 바로 가수 박상민이다. 1990년대 데뷔와 동시에 '멀어져간 사람아'로 국민적 사랑을 받은 그
kallil100.com
2025.05.22 -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 산울림 - 시대를 앞서간 순수한 사운드의 기억
산울림 - 시대를 앞서간 순수한 사운드의 기억
“기계처럼 완벽하지 않았기에 더 진짜였던 음악” 산울림. 이 이름 석 자만 들어도 70~80년대의 음악 감성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아니 벌써',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개구장이' 같은 노래들은
kallil100.com
2025.05.18 -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 임재범 - 노래에 담긴 인생 이야기
임재범 - 노래에 담긴 인생 이야기
불꽃처럼 노래한 한 남자의 삶 노래가 사람의 인생을 위로할 수 있다면 임재범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생애다. ‘너를 위해’, ‘고해’, ‘이 밤이 지나면’과 같은 노래를 통해 그는 단
kallil100.com
2025.05.14 -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 솔리드 - 한국 R&B의 시작과 부활
솔리드 - 한국 R&B의 시작과 부활
90년대 감성의 상징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 흑인 음악의 진한 감성을 처음으로 전한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솔리드(Solid).그들이 남긴 음악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
kallil100.com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골매 - 한국 록의 살아 있는 전설 (14) | 2025.05.28 |
---|---|
노브레인 - 대한민국 펑크의 심장, (13) | 2025.05.28 |
거미 - 감성의 여왕으로 우뚝 선 여정 (20) | 2025.05.27 |
신효범 - 90년대 레전드 보컬, 지금 다시 듣는 감동의 무대 (11) | 2025.05.27 |
녹색지대 - 90년대 감성의 결정체, 세월을 넘는 발라드 듀오 (10) | 2025.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