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함박눈 철럼 반짝였던 SES
어느 계절을 떠올리면 특정한 음악이 따라오는 때가 있다.
내게 90년대 후반의 풍경을 그리게 하는 음악이 있다면 단연 SES의 노래다.
첫사랑처럼 순수하고, 친구처럼 다정하며, 누나처럼 믿음직한 존재.
SES는 우리에게 그 모든 감정을 선물한 팀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 아래 우리가 얼마나 많은 웃음과 눈물을 지녔는지 다시 한번 꺼내어 보고 싶어졌다.
오늘은 SES의 시간을 돌아보며 그 빛나는 여정을 포스팅해 보려고 합니다.
1. 꿈처럼 반짝였던 첫 등장 -1997~2002
90년대 말 한국 대중음악계는 아직 ‘걸그룹’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때 SES가 등장했습니다. 유진, 바다, 슈. 세 소녀는 각기 다른 개성을 품고 있었지만 함께일 때 그 조화로움은 찬란하게 빛났습니다.
1997년 데뷔 앨범 I'm Your Girl은 소녀 감성의 정수를 담은 듯 맑고 따뜻했고 순수하지만 세련된 이미지,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당시 대중의 감수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습니다.
S.E.S의 음악은 단순한 댄스 팝을 넘어 R&B와 발라드, 뉴잭스윙 등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며 진화했다.
‘Dreams Come True’, ‘Love’, ‘Just A Feeling’ 등으로 이어지는 히트곡 행렬은 그들이 트렌드의 선두에서 대중문화를 어떻게 이끌어가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Dreams Come True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회자되는 ‘명곡’의 자리에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소녀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던 순수함과 당당함은 그 시대를 살아가던 수많은 또래들에게 "나도 저렇게 빛날 수 있어"라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2002년 5년간의 활동을 끝으로 팀은 해체를 선언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한 인기의 하락이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길을 찾기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짧았지만 강렬했던 S.E.S의 1막은, 한국 걸그룹 역사에 ‘시작’을 새긴 찬란한 문장이었습니다.
2. 따로 또 같이, 개인의 빛으로 흩어지다 - 2002~2015
해체 이후 SES는 팀보다 ‘개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머물렀습니다.
바다는 뮤지컬과 솔로 가수로서, 유진은 배우로서, 슈는 가정과 방송 활동 속에서 각기 다른 색채를 더했습니다.
그 시기는 ‘셋이 함께일 때의 SES’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어쩌면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 시기의 가장 인상적인 흐름은 이들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바다의 파워풀한 보컬은 무대 위에서 여전히 감동을 주었고 유진은 안정적인 연기로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으며 슈는 예능을 통해 인간적인 매력을 선보이며 또 다른 팬층을 형성했습니다.
완전체로서의 S.E.S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 ‘감성’은 멤버들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이 공허한 약속이 아니라는 걸 그들은 꾸준히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S.E.S는 ‘전설’이 되어갔습니다. 복고 열풍이 불 때마다 그들의 음악은 다시 플레이리스트를 채웠고 신세대 걸그룹들은 종종 그들을 ‘롤모델’로 언급했습니다.
그 자체로 S.E.S는 단절된 과거가 아닌 이어진 현재로 살아 있습니다.
3. 다시 손을 맞잡은 순간 - 2016~현재
2016년 데뷔 20주년을 맞아 S.E.S는 다시 손을 맞잡았습니다. 단순한 재결합이 아닌, '함께 걸어온 시간'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습니다.
프로젝트 앨범 Remember는 향수와 새로움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선물이었으며 타이틀곡 Love [story]는 그들이 여전히 감성의 중심에 있다는 걸 보여줬고 팬미팅과 콘서트는 세월을 초월한 진심을 증명했습니다.
S.E.S는 이제 무대를 압도하는 스타가 아닌 한 시대를 함께 살아온 '기억의 동반자'로 존재합니다.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누군가에겐 첫사랑 같은 떨림이고 어떤 이들에겐 소중한 청춘의 배경음악입니다.
특히 멤버들 각각의 삶이 주는 진정성은 팬들과의 관계를 더 깊고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SES는 공식적인 활동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SES’라는 이름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들은 이제 전성기라는 굴레를 벗고 ‘시간이 만들어낸 우정’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중입니다. ‘영원한 걸그룹’이라는 말은 단지 찬사가 아니라 이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는 증거입니다.
SES의 대표적인 히트곡
I'm Your Girl, Oh, My Love (1997)
Dreams Come True, 달리기 (1998)
Love, Just A Feeling (1999)
Be Natural, Show Me Your Love (2000)
감싸안으며 (Embrace Me), The Aurora (2001)
S.II.S (Soul To Soul), Season In Love (2002)
Love [Story], Paradise (20주년 앨범) (2017)
SES의 대표적인 수상내역
1997년 - 서울가요대상 신인상, 골든디스크 신인상
1998년 - KBS 가요대상 본상, 서울가요대상 본상
1999년 - SBS 가요대상 대상, 골든디스크 대상, MBC 10대 가수상
2000년 - KM Music Awards 본상, MBC 방송연예대상 여자 그룹상
2001년 - KMTV 가요대전 본상
SES는 단지 한 시대를 풍미한 걸그룹이 아니었다. 그들은 '누군가의 청춘'이었고, '어느 시절의 공기'였으며, 지금도 마음속에서 여전히 빛나는 별이다.
시간이 지나도, 그들이 불러준 노래는 여전히 따뜻하고, 다시 떠올리는 순간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제는 ‘전설’이라 불리는 이름이지만 그 전설은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우리 곁에 조용히 놓여 있다. 언제든 다시 꺼내 들을 수 있도록.